지금의 나는 "운" 좋게도 세상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회사에서 Sr. Software Engineer 로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명문대 출신이거나 석박사등의 고학력자. 게다가 경력이 있는 직원들은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름만 대면 알법한 회사 출신. 함께 일해본 동료들은 모두 엄청난 실력자들. 입사한지 10개월정도 되었지만, 아직도 큰 격차를 느끼며 솔직히 이곳에 속하지 않은 느낌이다.  어눌한 영어에 턱걸이로 면접을 통과할 실력의 내가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은 건 "운"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17년전 처음으로 부산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을때, 난 대학 재학 중이었고, 제대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본 적도 없었던 상태였다. 학비를 낼 수 없어 개강후에도 등교하지 못하고, 먹거리도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에 간절한 기도에 응답 하듯 주어진 기회는 "행운"이 아니었을까? 비슷한 연배로 함께 병역특례로 일했던 동료들은 지역 명문대 졸업자들이며 유명 프로그래밍 동호회 운영등 나와 비교조차할 수 없는 능력자들이었다.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나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훗날 나의 직업을 유지하는데 깊은 뿌리가 되어주었다. 또 하나의 행운은 가장 가까이 지내고 가장 많이 배웠던 두 분이 지금 이곳 캘리포니아의 지근거리에 있다라는 사실.

대학 졸업 즈음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지원해 본 많은 회사들 중, 당시 메일, 카페 등으로 가장 잘나가던 인터넷 기업 "다음"에 합격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1,000 군데 이상 입사지원해서, 부산 집에서 왔다갔다할 형편이 안되어 몇주간 찜질방과 지인의 집에서 기거하며 열심히 면접봤지만, 한 손에 꼽을 만큼도 안되게만 합격통보를 받았으니. 게다가 입사시험 망쳤던 것까지 감안하면 아직도 무언가 오류가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

호기롭게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얼마간의 좌절을 겪은 후, 지금의 네이버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도 결코 내가 가졌던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재직 중 나의 주도로 새로운 형태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모험을 하였으나 크게 잘못되어 막중한 손해를 끼치고 위기를 겪게되고 갈 곳을 잃었을때, 얼마 뒤 자리 잡게 된 곳은 회사내에서 가장 잘나가던 검색 조직. 운좋게 들어온 부서의 목표초과달성 덕분에 상상초월의 보너스를 받기도 하였던 것 또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잘 알려진 회사이자 내가 2년 남짓의 시간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던 회사이다. 대학교 영어 수업 이후로 영어로 한마디의 말도 해 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 없었기에, 꿈도 못꿔보던 회사에 "운"좋게 입사해 글로벌 회사라고 못할 것은 없겠다는 약간은 거만한 자신감을 얻게 되어 오늘날 외국에서 일하게 된 초석을 얻은 것은 또 다른 행운.

아주 거슬러 올라가, 초등학교 6학년때 같은 반에 호감을 가졌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매일 말끔하게 다려 진 옷을 입고, 도시락반찬은 항상 고기나 소세지, 돈까스등 화려했고, 공부도 상당히 잘했던... 나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계속 지켜보면서도 다가가기 어려워서 한 학년 동안 나누었던 대화도 많지 않았던. 바로 구 여친, 현 와이프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운"이 따른 것이다. 하지만 "운"만 있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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