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라서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 인터넷 아이디는 1998년 이래 줄곧 "Fguy"이다.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김춘수의 시에서 착안한 "Flower guy". 현실세계의 보잘 것 없는 나에서 이 이름을 붙였을때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자는 중2병 스러운 것과 대학 초년생으로서 첫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들었을때 반에서 가장 "F"가 많아서 자조적인 의미로 붙인 "F학점 guy". 사실 후자를 먼저 착안하고 전자로 그럴듯 하게 포장했다.
고등학교때도 마찬가지. 실업계 고등학교는 실습이 성적을 좌우하는데, 전체 수업의 1/3 이상을 차지하던 실습시간만 되면 학교옆 오락실로 직행하는 바람에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낮은 성적 탓에 취업을 못해 진학한 대학교에서는 무언가 극적으로 달라질 게 없었다.
꼴찌를 하다보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사실 포기해서 꼴찌인지, 꼴찌여서 포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더라. 그래서 생긴 여유시간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다.
대학생이되며 처음 알게된 인터넷을 해보느라 하루 종일, 밤낮 가릴 것없이, 학기 중이나 방학이나 전산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인터넷은 정보와 재미의 바다였다. 좋아하던 고전게임관련 정보가 있는 사이트들 보느라 일어, 영어 사전을 끼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런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웹사이트를 어떻게 만드는 지 알아가느라 한참. 오랜 기간을 전산실에 죽치고 있는 괴짜로 눈에 띄어 학교 홈페이지팀에 스카웃되어 학교 홈페이지를 만드는 근로장학생이 되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내 홈페이지가 눈에 띄어 학교를 다니다 프로그래머로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꼴찌가 내 직업도 만들어 준 것. 하지만 여기서도 또 꼴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컴퓨터 공학 전공 졸업생들과 내가 게임이 될 수가 없었다.
꼴찌는 쉽게 상처받지 않는다. 첫 회사생활을 하며 개발자가 프로그래밍 못한다고, 객체지향 모른다고, 말도 더듬는다고, 문서도 작성 못한다고 많이도 혼났다. 못하는 게 당연하기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였다. 꼴찌는 스스로의 기대가 낮다. 웬만큼 실패하더라도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시험 성적이 나빠도,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도, 영어 점수가 안나와도, 면접에 떨어져도, 인사고과가 좋지 않아도, 승진에 누락되어도, 사랑에 실패해도 금새 일어난다. 그렇게 얼마간의 스크래치를 겪는동안 마음은 점점 더 강해지고, 강해지기 때문에 더 큰 일을 겪더라도 상처입지 않고 긍정적으로 변화된다. 원하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어도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훗날 더 유용할 기술을 배웠고,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했어도 대학졸업장은 질적으로 더 나은 기회를 얻게 해주었고, 면접에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수 많은 면접을 보다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고, 첫사랑에 실패해서 나를 돌아본 후 다시 첫사랑과 결혼하고... 첫사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의 와이프와 장모님은 21살때의 나를 굉장히 어두운 기운을 가진 청년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만난 6년뒤에는 밝은 인상을 가져 놀랐다고 한다. 무뎌질만큼 많은 실패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웬만한 실패는 별 것 아닌 것이 되어 다시 덤비는 데 별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재작년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 이란 주제로 발표를 준비하다가, 함께 준비하던 분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난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아무리 객관적으로 비교해도 꼴찌만하고 있다. 꼴찌가 되면 경쟁을 하지 않는다. 순위를 따지는 저 윗동네는 너무나 까마득하기 때문에 관심조차 가지 않는다.
꼴찌이지만 남에게 해는 끼치지 않기 위해 배우려고 하고, 경쟁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배우다보면 어느새 잘하게 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또 잘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1등이 되지 않냐고? 그것에 가까워 진 적이 꽤 있다. 어떤이는 1등을 목표로 살고 도달하더라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꼴찌에 익숙한 나에겐 너무나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다시 꼴찌가 되기 위해 잘하게 된 곳을 떠나기를 반복한 게 오늘날의 "나"이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어떤 이는 좋은 회사에 다니며 잘 살고 있는 결과만을 보고 열 네번이나 직장을 옮긴 나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이 도전한다며 아름답게 이야기 해주지만, 나는 그저 태생이 "꼴찌라서" 스트레스 없이 즐기며 욕심없이 맘 편히 살고 있을 뿐이다. 내 짧은 인생은 꼴찌여도 괜찮은게 아니라 꼴찌라서 좋다.
고등학교때도 마찬가지. 실업계 고등학교는 실습이 성적을 좌우하는데, 전체 수업의 1/3 이상을 차지하던 실습시간만 되면 학교옆 오락실로 직행하는 바람에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낮은 성적 탓에 취업을 못해 진학한 대학교에서는 무언가 극적으로 달라질 게 없었다.
꼴찌를 하다보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사실 포기해서 꼴찌인지, 꼴찌여서 포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더라. 그래서 생긴 여유시간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다.
대학생이되며 처음 알게된 인터넷을 해보느라 하루 종일, 밤낮 가릴 것없이, 학기 중이나 방학이나 전산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인터넷은 정보와 재미의 바다였다. 좋아하던 고전게임관련 정보가 있는 사이트들 보느라 일어, 영어 사전을 끼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런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웹사이트를 어떻게 만드는 지 알아가느라 한참. 오랜 기간을 전산실에 죽치고 있는 괴짜로 눈에 띄어 학교 홈페이지팀에 스카웃되어 학교 홈페이지를 만드는 근로장학생이 되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내 홈페이지가 눈에 띄어 학교를 다니다 프로그래머로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꼴찌가 내 직업도 만들어 준 것. 하지만 여기서도 또 꼴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컴퓨터 공학 전공 졸업생들과 내가 게임이 될 수가 없었다.
꼴찌는 쉽게 상처받지 않는다. 첫 회사생활을 하며 개발자가 프로그래밍 못한다고, 객체지향 모른다고, 말도 더듬는다고, 문서도 작성 못한다고 많이도 혼났다. 못하는 게 당연하기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였다. 꼴찌는 스스로의 기대가 낮다. 웬만큼 실패하더라도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시험 성적이 나빠도,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도, 영어 점수가 안나와도, 면접에 떨어져도, 인사고과가 좋지 않아도, 승진에 누락되어도, 사랑에 실패해도 금새 일어난다. 그렇게 얼마간의 스크래치를 겪는동안 마음은 점점 더 강해지고, 강해지기 때문에 더 큰 일을 겪더라도 상처입지 않고 긍정적으로 변화된다. 원하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어도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훗날 더 유용할 기술을 배웠고,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했어도 대학졸업장은 질적으로 더 나은 기회를 얻게 해주었고, 면접에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수 많은 면접을 보다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고, 첫사랑에 실패해서 나를 돌아본 후 다시 첫사랑과 결혼하고... 첫사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의 와이프와 장모님은 21살때의 나를 굉장히 어두운 기운을 가진 청년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만난 6년뒤에는 밝은 인상을 가져 놀랐다고 한다. 무뎌질만큼 많은 실패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웬만한 실패는 별 것 아닌 것이 되어 다시 덤비는 데 별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재작년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 이란 주제로 발표를 준비하다가, 함께 준비하던 분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흙수저를 어떻게 이겨요?"흙수저는 당시 내 발표주제. "이긴다"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못했지만 그때 약간의 충격을 받았는데 꼴찌라고 하기도 뭐할정도로 화려한 배경과 이력을 가진 다른 발표자들과 내 자신은 비교 불가. 따지자면 당연히 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경쟁은 생각조차 한 적 없었는데.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난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아무리 객관적으로 비교해도 꼴찌만하고 있다. 꼴찌가 되면 경쟁을 하지 않는다. 순위를 따지는 저 윗동네는 너무나 까마득하기 때문에 관심조차 가지 않는다.
꼴찌이지만 남에게 해는 끼치지 않기 위해 배우려고 하고, 경쟁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배우다보면 어느새 잘하게 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또 잘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1등이 되지 않냐고? 그것에 가까워 진 적이 꽤 있다. 어떤이는 1등을 목표로 살고 도달하더라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꼴찌에 익숙한 나에겐 너무나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다시 꼴찌가 되기 위해 잘하게 된 곳을 떠나기를 반복한 게 오늘날의 "나"이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어떤 이는 좋은 회사에 다니며 잘 살고 있는 결과만을 보고 열 네번이나 직장을 옮긴 나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이 도전한다며 아름답게 이야기 해주지만, 나는 그저 태생이 "꼴찌라서" 스트레스 없이 즐기며 욕심없이 맘 편히 살고 있을 뿐이다. 내 짧은 인생은 꼴찌여도 괜찮은게 아니라 꼴찌라서 좋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