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벡과의 만남
지난 수요일 저녁 8시에 강남역에서 xper에서 마련한 켄트벡과의 자리에 참가하게 되었다. 평소 xper news group 에서 많은 것을 얻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기에 이런 모임이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켄트벡을 만난다는 기대에 이내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8시를 막 넘긴 시간, 켄트벡과 창준님 그리고 켄트벡의 가족들 (신시아 안드레스, 조조, 린지, 포레스트)이 룸으로 들어왔다. 특별히, 신시아 안드레스(신디)는 Extreme Programming Explained 의 공동저자로 잘 알고 있던터라 반가움은 배가 되었다. 그녀는 심리학 석사로서 논리적 학문분야 종사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라는 사실에 기인한 연구를 다수 진행하였고, 이러한 이론이 켄트벡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온 것은 의외였지만, 아마도 그만큼 이 자리를 편하게 생각해서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해서 모두 모였지만, 막연히 만남의 자리라 어떻게 진행할런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던 상태. 창준님께서 핑퐁 방식의 Q&A와 켄트벡 가족과 우리 들이 각각 조를 이루어 짧은 상황극을 하는 것 에 대한 제안을 주셨다. 켄트벡은 상황극은 약간 부담스러웠는지 핑퐁을 마음에 들어했고, 김치에 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면서 시작되었다. 김치라는 주제로 꽤 많이 왔다 갔다 했는데, 미국에서도 이미 김치를 즐겨보았고 (아주 별로라고 한다.), 가족중에 6.25 참전용사가 있어서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후에 창준님께서 언급해주셨는데, 켄트벡의 저서 중에 김치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고...
김치에 관한 설전이 끝난 후, 한 여성 참가자(외국에서 오신분이 계시다던데 아마 이분 인 듯)께서 켄트벡 가족이 홈스쿨링 하는 것을 아시고 신디에게 홈스쿨링에 관한 질문을 던지셨다. 인상적인 것은 신디의 말 중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자원 제공자 일 뿐입니다. 우리가 책이나 정보를 공급해 주면 아이들이 스스로 잘 해내고 있습니다."
아동학을 전공한 와이프가 평소에 펼쳤던 지론과 유사했기에 마음에 와닿았고, 부모가 우월한 위치라고 생각하고 배움을 강요하는 우리네 여느 부모의 모습과는 달랐기에 약간의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전까지의 나는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뜻에 의해 행동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켄트 벡과 신디의 아이들이 아주 좋아보였다.
몇 번의 핑퐁이 오가는 동안 인상 깊은 질문이 하나 있었다. 비 개발자로서 켄트벡의 명성을 확인하려 한 질문으로 보였는데, 내용은 이렇다. 자신 주변의 개발자들이 켄트벡이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것보다 "프로그래밍이란 이러한 것"이라는 정의를 내린 것으로 켄트벡을 인용할 정도로 뛰어난 프로그래머로 유명하다는데, 이에 대해 그가 이러한 명성을 갖기 까지 어떠한 노력이 있었으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사용했는 지에 관한 질문이다. (사실, 질문은 더 복잡했는데 내가 이해한 선에서 서술했다. 창준님이 벡에게 영어로 질문을 던질 때 난감하실 정도로 복잡했다 :) 질문에 대한 켄트벡의 답은 "장님의 나라에선 애꾸가 왕이다"라는 속담을 말하면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아니며 훨씬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많지만, 자신이 아주 작은 장점을 가졌기에 유명세를 탄 것은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프로그래밍이 무엇이다 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7년부터는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에 자신이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려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적 산물이 정의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음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겸손이 그를 더욱 우러러 보게 한다.
잠깐의 휴식 이후, 새로운 할거리를 찾는 도중에 창준님께서 아까 제안한 역할극을 조금 변형시켜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모두 기억나진 않지만 인상적인 몇가지 상황과 켄트벡의 대답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첫번째 상황은 과중한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한국의 회사 모습을 그렸다. 이에 대한 켄트벡의 의견은 "몸이 힘들면 결코 영리해질 수 없다" 였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기억나는 다음 상황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조였는데, 신규 입사자가 XP 와 Agile 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경우, 기존 조직이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였다. 켄트벡이 답하길, 어떤 구체적인 실천방안 (예를 들면 TFD 같은...) 보다는 왜 그것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집중하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도출한 이후에 그러한 프랙티스를 고려해 본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애자일이나 XP 진영에서 늘 강조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연기했던 조에서는 "켄트벡은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려고 켄트벡의 가족이 되어 그를 귀찮게 하는 모습을 그리고 그가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그는 우리 질문을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자신의 관점에서는 어떠한 업무 보다 가족이 우선이며, 그렇기에 그들과의 시간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선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당연시 되어 있는 분위기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으나 글로는 담아내기 힘든 부분이 아쉽고, 나는 사랑니발치에 따른 고통으로 켄트벡과 그리고 그에게 관심을 가진 참석자들과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다.
2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그의 통찰력을 실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 준 xper에게 감사한다.
8시를 막 넘긴 시간, 켄트벡과 창준님 그리고 켄트벡의 가족들 (신시아 안드레스, 조조, 린지, 포레스트)이 룸으로 들어왔다. 특별히, 신시아 안드레스(신디)는 Extreme Programming Explained 의 공동저자로 잘 알고 있던터라 반가움은 배가 되었다. 그녀는 심리학 석사로서 논리적 학문분야 종사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라는 사실에 기인한 연구를 다수 진행하였고, 이러한 이론이 켄트벡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온 것은 의외였지만, 아마도 그만큼 이 자리를 편하게 생각해서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해서 모두 모였지만, 막연히 만남의 자리라 어떻게 진행할런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던 상태. 창준님께서 핑퐁 방식의 Q&A와 켄트벡 가족과 우리 들이 각각 조를 이루어 짧은 상황극을 하는 것 에 대한 제안을 주셨다. 켄트벡은 상황극은 약간 부담스러웠는지 핑퐁을 마음에 들어했고, 김치에 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면서 시작되었다. 김치라는 주제로 꽤 많이 왔다 갔다 했는데, 미국에서도 이미 김치를 즐겨보았고 (아주 별로라고 한다.), 가족중에 6.25 참전용사가 있어서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후에 창준님께서 언급해주셨는데, 켄트벡의 저서 중에 김치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고...
김치에 관한 설전이 끝난 후, 한 여성 참가자(외국에서 오신분이 계시다던데 아마 이분 인 듯)께서 켄트벡 가족이 홈스쿨링 하는 것을 아시고 신디에게 홈스쿨링에 관한 질문을 던지셨다. 인상적인 것은 신디의 말 중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자원 제공자 일 뿐입니다. 우리가 책이나 정보를 공급해 주면 아이들이 스스로 잘 해내고 있습니다."
아동학을 전공한 와이프가 평소에 펼쳤던 지론과 유사했기에 마음에 와닿았고, 부모가 우월한 위치라고 생각하고 배움을 강요하는 우리네 여느 부모의 모습과는 달랐기에 약간의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전까지의 나는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뜻에 의해 행동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켄트 벡과 신디의 아이들이 아주 좋아보였다.
몇 번의 핑퐁이 오가는 동안 인상 깊은 질문이 하나 있었다. 비 개발자로서 켄트벡의 명성을 확인하려 한 질문으로 보였는데, 내용은 이렇다. 자신 주변의 개발자들이 켄트벡이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것보다 "프로그래밍이란 이러한 것"이라는 정의를 내린 것으로 켄트벡을 인용할 정도로 뛰어난 프로그래머로 유명하다는데, 이에 대해 그가 이러한 명성을 갖기 까지 어떠한 노력이 있었으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사용했는 지에 관한 질문이다. (사실, 질문은 더 복잡했는데 내가 이해한 선에서 서술했다. 창준님이 벡에게 영어로 질문을 던질 때 난감하실 정도로 복잡했다 :) 질문에 대한 켄트벡의 답은 "장님의 나라에선 애꾸가 왕이다"라는 속담을 말하면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아니며 훨씬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많지만, 자신이 아주 작은 장점을 가졌기에 유명세를 탄 것은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프로그래밍이 무엇이다 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7년부터는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에 자신이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려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적 산물이 정의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음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겸손이 그를 더욱 우러러 보게 한다.
잠깐의 휴식 이후, 새로운 할거리를 찾는 도중에 창준님께서 아까 제안한 역할극을 조금 변형시켜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 4~5명이 조를 이루어 10여분간 주제를 정한다.
- 켄트벡 앞에서 주제에 대한 연극을 보여준다. (단, 이때 주제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
- 켄트벡이 연극을 주관대로 주제를 파악하여, 이에 맞는 대답을 해준다.
- 공연과 켄트벡의 대답을 합쳐 3분을 넘을 수 없다.
- 가장 잘한 조를 뽑아 켄트벡 저서의 한글 번역본 (국내출간분을 출판사에서 미국의 벡에게 보낸 것인데, 이를 다시 가져온 것)에 사인을 하여 부상으로 제공한다. (* 중요)
모두 기억나진 않지만 인상적인 몇가지 상황과 켄트벡의 대답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첫번째 상황은 과중한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한국의 회사 모습을 그렸다. 이에 대한 켄트벡의 의견은 "몸이 힘들면 결코 영리해질 수 없다" 였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기억나는 다음 상황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조였는데, 신규 입사자가 XP 와 Agile 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경우, 기존 조직이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였다. 켄트벡이 답하길, 어떤 구체적인 실천방안 (예를 들면 TFD 같은...) 보다는 왜 그것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집중하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도출한 이후에 그러한 프랙티스를 고려해 본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애자일이나 XP 진영에서 늘 강조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연기했던 조에서는 "켄트벡은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려고 켄트벡의 가족이 되어 그를 귀찮게 하는 모습을 그리고 그가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그는 우리 질문을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자신의 관점에서는 어떠한 업무 보다 가족이 우선이며, 그렇기에 그들과의 시간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선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당연시 되어 있는 분위기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나, 린지, 조조, 신디, 켄트벡 |
심하게 흔들린 기념 사진 |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으나 글로는 담아내기 힘든 부분이 아쉽고, 나는 사랑니발치에 따른 고통으로 켄트벡과 그리고 그에게 관심을 가진 참석자들과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다.
2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그의 통찰력을 실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 준 xper에게 감사한다.
오오~ 켄트벡... @-@
답글삭제혹시 찍으신 사진도 있으시다면 올려주세요.
내일도 또 들러야겠습니다. ^^
마침 오늘 사진을 받아서 올렸는데, 그렇게 잘 나오진 않았네요 :)
답글삭제누규?
답글삭제근데 익스 플로러 8.0에서 글 안써진다.
지금은 맥손 3.X 알파
저 도리도리 사진은 뭐3?
답글삭제쟤 머하는 앤데...
답글삭제효도르 좀 닮았네...
http://en.wikipedia.org/wiki/Kent_Beck 참고하세요.
답글삭제